수필

납골당의 고양이가 살아 남는 법

힘자산 2021. 12. 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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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납골당의 고양이를 동정 했던 적이 있다. 적막한 시골에서, 추운겨울에, 앙상한 몸으로 겨우 양지를 찾아 피해 있는 동물을 나는 가엽게 느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동물을 안쓰럽게 보지 않는다. 
 

납골당의 치즈냥

 
강원도를 향한 이유는 쉬는날 놀기 위함이였다. 벼르고벼르던, 미술관 관람을 위하여 움직였다. 동해로 향하는 도로가 좋아지고, 교통이 편해저서 조금씩 접근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마침, 할머니의 납골당이 근처에 있었다. 인사도 드릴겸 들렸는데, 노란무늬 고양이를 그곳에서 만난 것이다. 
 
주차장 자리가 딱 한 자리 남아 있었고, 왼쪽 모퉁에는 손바닥 보다 조금 큰 만한 잔디가 깔려 있었다. 겨울이라 노랗게 변해버리는 그 잔뒤 위에는 햇볕이 비추고 있었고, 노란무늬 고양이는 잔뜩 움츠렸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자고 자고 있었다. 
 
오고가는 손님들이 많은지, 낯도 별로 가리지 않았고, 그냥 왔냐는 인기척만 비친체 그자리 그대로에서 업드려 있었다. 살집은 그다지 많지 않고, 나이가 많아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어린 고양이도 아니였다. 

 

 
기분좋은 발견을 주는 그런 고양이, 고양이의 의사는 묻지 않고, 사진을 몇장 찍은 뒤 이동했다. 바로 옆을 지나가는데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자리에 그대로 있더라.
 
조상님께 인사드리고,  다시 차로 돌아가는데, 그 고양이는 미동없이 그 자리에 있더라.
저자리에서 지금은 햇볕으로 어떻게 버텨보지만, 해가 지면 춥고, 배고프고, 어디를 돌아 다닐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애인에게, 저 고양이 너무 불쌍해 보이는데, 초코파이라도 줄까? 차에 그거 밖에 없어서. 
애인은 동물한테 초콜렛 주면 죽는다고, 대신, 여기있는 뻥튀기 과자라도 주자고 우리는 연민을 느끼며, 동물을 동정하며 이거라도 먹어봐 하며 전달했다. 
 
옛다...
 
...
 
쳐다 보지도 않는다.
 
괜히 줬다 싶었다. 
 
취향의 문제 겠거니 하며, 나는 머슥거렸다.
 
그런데,  고양이가 갑자기 코를 벌렁거리며 다급히 떠나는 것이다. 
내가준 뻥과자에 맘이 상해서 자리를 떠났나 싶었는데,
10초 안되어서, 고양이는 마른오징어 한마리를 통째로 물고 오는 것이였다.
 
삼각형 모양의 마른오징어,
다리가 아주 예쁘게 다 달려있다.
상급 오징어다.
 
'우와'
 
저런걸 먹기 때문에, 내 뻥과자는 처다보지도 않은 것이였구나. 
 
납골당에서는 화장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는데, 수시로 장례가 치뤄졌고, 
돌아오는 기일이 될때면 제사를 지내 수시로 음식이 남는 것이였다. 
 
언덕 위에서는 상주가 제사를 치르고 있었나보다.
 

 
그렇다. 함부로 동정하거나 연민 하면 안되는 것이구나. 
이렇게 잘 먹고 잘사는 고양이를 나혼자 안쓰럽게 봤던 것이구나. 
 
다시 한번, 좋은 어른이 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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