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부산국제터미널
밤바다를 바라보며
"부산국제터미널,"
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어 "부산국제터미널,"라는 문자를 눌렀다. 그것은 내가 부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면 항상 꺼내는 습관 같은 것이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터미널에 거의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살아온 삶의 절반 이상을 터미널에서 살았다는 의미다.
나는 부산사람인데, 부산 사람이면서도 나는 서울 사람처럼 서울 쪽으로만 생각하고 부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부산 사람이 부산을 모르는 아이러니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의 모든 여행과 삶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터미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터미널에 가면 마치 내가 살아온 것들은 모두 터미널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터미널에 가면 마치 나는 누구의 어머니, 아버지, 딸, 아들, 며느리가 되어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는듯한 환각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터미널에 가면 마치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모두 터미널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터미널을 떠날 때마다 터미널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과 사물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터미널 안에만 머물고 왔다.
서울을 떠나온 지 이제 5년이 다 돼가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온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세상을 보는 내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서울은 나에게 어떤 의미의 고향과 같았다. 그래서 내가 서울을 떠나 이곳 부산에 왔을 때는 마치 서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내가 서울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서울에 대한 향수를 안고, 서울을 떠나왔다.